[인터뷰]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차두송 명예교수

한** 2023-12-07 조회수 : 98

“기후위기 시대, 임도는 산림의 일부다”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산림과학부 차두송 명예교수 인터뷰

 


 

세간에서 임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임도의 필요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산사태 등 자연재해 발생을 일으키고, 산림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무분별한 비판의 목소리에 불과합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집중호우 등 기후 위기 시대에 도래한 현시점에서 임도는 산림의 관리와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설이며, 임도 확충의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물론 임도의 긍정적인 기능에 반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있겠지만, 임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 나가는 것이 산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처럼 임도의 필요성과 기능에 대해 강원대 산림환경과대학 산림과학부 명예교수이자 임도사업과 관련된 평가·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임도에 대한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차두송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진행 = 한국산림기술인회 홍보팀

대담 = 차두송 명예교수(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산림과학부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의 산림과학부 명예교수로 있습니다. 또한 시민과 함께 건강한 숲,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단체(NGO)인 춘천 생명의 숲의 대표로 있으면서 강원산림포럼의 이사장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 산림의 역할 및 발전 방향 등 산림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임도사업 등 관련 평가·자문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임도의 가치와 역할 또 필요성 및 기능은?

임도는 도로가 아닌 산림입니다. 산림 경영의 집약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산림 경영을 잘 하고 있느냐는 임도가 얼마만큼 개설돼 있느냐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임도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간접적으로 임업의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으로서의 개념과 임업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인프라(infrastructure)라는 개념으로, 흔히들 경영기반 시설로 임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임도의 필요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살펴보자면 먼저 산림 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도로로서 그 도로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산림 경영 및 산림 관리 등을 위해 접근성과 도달성을 향상시켜 산림작업의 경제적 효과를 증대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산림 복지 서비스 측면에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여가시간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악 레포츠와 자전거 마라톤 등과 같은 여가 서비스는 전부 임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에 산림 복지와 관련된 여가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임도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시켜주는 등 지역 교통의 역할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임도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발전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처럼 임도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환경적으로 바라봤을 때 임도는 야생동물 및 멸종 위기 동식물을 차단하거나 경관을 해치고,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해결해야 합니다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산림 사업에서 수익 간벌 미이용 부산물이 총 사업량의 73% 정도가 나옵니다. 이를 이용하려면 수집 운반을 해야 하는데, 임도가 없으면 차량 이동이 어려워 재료 및 자재를 운반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아울러 임도는 산림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기반 시설로 이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합니다. 우리나라 목재 이용률은 17.1%인 반면에 독일과 영국 등의 국가는 40% ~ 50%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춰 봤을 때 우리나라도 목재 이용률을 높여 국산 목재 이용 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산사태 발생은 과도한 임도 개설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이전 질문에서도 답변드린 바와 같이 항상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그에 반해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사태가 발생하는 원인이 과도한 임도 개설 때문이라는 주장은 극단적이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편협된 의견에 불과합니다. 물론 임도 개설에 있어 산사태와 직결되는 부분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산림청의 자료에 의하면 임도가 산사태 발생과 관련된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입니다. 실제 최근 5년간(’18~’22)의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임도 피해는 전체 임도길이(22,497km)에서 집중호우 등 재난으로 피해를 받은 평균 임도 거리 비율은 0.18%(40.4km)에 불과합니다.

 

특히 임도는 산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갖고 있는데, 첫 번째로는 산지사면으로 부터의 산사태를 임도가 차단해 주거나, 두 번째는 임도 하부로부터 진행해 올라오는 산사태 확대를 방지하거나, 세 번째는 지하수위를 차단해 물의 총량을 억제하는 기능 등 이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산사태 방지 기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임도 성토사면이 무너져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반면에, 임도가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는 비가 많이 와서 절토사면이 무너져 노면을 막아버리고, 이로 인해 노면에 흐르는 물이 성토사면으로 침입해 원지반 토양이 아닌 부토인 성토사면이 무너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방지책으로는 절도 사면 기울기를 완화시켜 준다거나 절도 사면이 붕괴되지 않게 견고한 보호공법을 시공하는 것이 방지대책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토사면 붕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부실공사를 꼽을 수 있는데, 임도 시공에 있어 배수관의 유출구 쪽에서 기초가 잘못되거나 불량한 시공을 하였다면 이로 인해 성토사면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결국 산사태의 원인은 강우에 의한 것입니다. 산사태는 연속 강우량 200mm 이상, 한 시간당 강우량(강우량 도) 30mm~40mm 이상일 때를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요즘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로 인해 임도뿐만 아니라 어떠한 시설물도 붕괴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산사태 발생의 원인이 임도 때문이라는 말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임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 가면서 재난에 강한 임도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산불의 피해규모와 임도의 상호관계는.

임도 자체를 부정하는 원론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림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것이냐에 따라 상당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환경론적인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는 의견에 가깝습니다이전에 조림에 대한 토론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토론 참여자 중 한 분이 비유를 적절하게 들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머리카락을 다듬지 않고 가만히 놔두는 것을 천연갱신이라 하고, 머리카락을 잘 다듬는 것을 인공갱신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목재 자급률이 17.1%에 불과하며, 이를 올리려면 목재수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반시설인 임도가 있어야 합니다또한 임도는 산불에 있어 하나의 방화선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임도를 통해 접근성이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산불진화대가 임도를 통해 진화를 진행하고, 잔불을 정리하는 등 사람과 기자재 등이 투입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임도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임도가 있어 야간 진화대가 투입된 산과 투입되지 않은 산의 진화 비율을 비교했을 때 임도가 있는 장소는 90% 진화를 완료한 반면에 없는 곳은 진화가 더뎠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임도 시설은 방화선 구축을 통한 확산 방지 효과 및 장비와 인력을 수송하는 진입로로서 야간 진화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직접적인 대응방법 외에도 산불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결국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은 나무인데, 이 연료들을 소위 저감시키는 방법도 임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0년도부터 산불 진화 임도를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산불 취약지구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임도를 개설하고 산불진화차 정차구역과 작업장 및 취수장 등을 구비하는 등 산불에 대한 특화 목적에 맞춰 개설하게끔 돼 있습니다. 이에 산불진화 임도는 폭이 최대 67% 넓어(3.5m 이상), 진화차량의 통행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여러 개소의 취수장 등을 설치해 진화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추가적으로 임도가 풍속과 풍향에 영향을 줘 산불을 확산시킨다는 주장도 있는데, 산불 발생 시 풍속과 풍향은 임도가 아닌 기상 및 지형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임도가 있으면 강풍이 생성된다는 명확한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풍속이 강하면 아무리 넓은 임도가 있어도 바람 때문에 산불이 그 폭을 훌쩍 넘어버리면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오히려 임도 설치로 인해 진화자원 투입 및 야간 진화 등의 산불진화 기여 효과가 있으며, 산불의 종류가 지표화일 때는 임도가 차단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종합해 보면 산불 진화에 임도는 꼭 필요하며, 임도는 화재 진압 역할을 하고 화재 진압 활동에 대한 접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 확산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 산림의 경영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임도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한지 와 확충 시 얻는 효능은.

거듭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산재 자급률 향상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유럽 주요국인 독일,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영국의 산림 이용률은 각 55.7%, 40.9%, 99.1%, 65.3%, 50.7%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17.1%에 웃도는 수준입니다산림청의 임도 정책 방향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임도를 36,907km(임도밀도 5.83km/ha)까지 확충할 계획이며, 이는 산림 경영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임도가 많이 개설됨으로써 접근성이 향상되고 세밀한 산림 경영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거리가 멀어 못 갔던 부분을 임도를 통해 가깝게 접근하고 기계와 인력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임도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에는 산림탄소흡수원의 기능 증진, 산림부산물 에너지 자원화, 산림방재기능 강화, 산림의 사회적 니즈 확대 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소득 및 여가시간의 확대로 다양화되고 있는 산림휴양 및 산림레포츠 등의 산림복지 서비스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촌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지역 교통 개선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기반 시설을 확대해야 합니다아울러 임업인의 소득증대 기여를 위해 단기소득 임산물을 생산하는 산림복합경영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산림 경영을 하려면 임도의 확충이 절실합니다국내 산림에 설치된 임도는 산림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임도는 총연장 24929kmha3.97m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독일은 ha54m, 일본은 ha23.5m로 우리나라보다 각각 13.6, 5.9배나 높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최소 10~15 m/ha 정도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임도 설치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가운데 기대효과는.

임도는 산림의 일부이기 때문에 임도에 의해 발생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개정된 규정을 살펴보면 신설하는 임도 노선 아래에 민가 등 보호시설이 있으면 옹벽·석축 등 피해 방지 시설을 임도 설계에 포함하고, 사방댐 등 산사태 예방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며, 또한 기존 임도 아래에 민가 등 보호시설이 있거나 산사태 발생 위험이 있으면 옹벽·석축 등 피해 방지 시설을 시공하고, 사방댐 등 산사태 예방사업을 계획에 반영합니다이처럼 극한 호우에 대비해 산사태를 예방하고 기존 및 신설 임도 아래 피해 방지 시설과 사방댐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규정은 상당히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더 극한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피해 방지 시설 등의 의무화뿐만 아니라 해당 시설물의 안전율을 강화하고, 구조에 대한 기준 자체가 강화돼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산림청 또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협의를 통해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특히 법·제도 및 기술적인 면이 강화돼도 실질적으로 이것을 다루는 실무자들의 고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임도는 산지개발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사회적 관심이 많은 분야입니다. 따라서 임도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면서 몇 년간은 지속적으로 업무를 담당해야만 모든 방면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임도계획에서부터 시공까지의 시스템에서, 짧은 주기로 담당자들이 이동하면서 기술의 계승발전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부족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도 담당자들에게 관련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고, 업무담당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또한 이를 모두 완수했을 시 주어지는 혜택이 있어야 임도사업이 좀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산림기술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산림기술인회에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기술인회에서는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 교육이 체계적이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등을 강화하고, 느슨한 교육이 아닌 실질적으로 산림기술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제공하는 교육이 됐으면 합니다산림기술자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하는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철학을 갖고 정성을 가득 담은 임도기술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극한 강우에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한 임도를 시공함으로써, 산림을 하나의 산업으로서 기반을 제공하는 임도, 국민복지와 연계되는 임도의 기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