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박정제 외래교수

한** 2023-12-07 조회수 : 122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백석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 겸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박정제 외래교수 인터뷰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됩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외됐던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며,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몇 개월 뒤면 2년을 맞이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부·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규정 때문에 근로자 개인 부주의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 현장에 큰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현행 법률과 시행령만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해소되기 어렵고 중대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어 50인 미만 영세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됩니다특히 최근 검찰이 한 기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전국 첫 사례가 나왔으며, 이는 경영의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 같은 우려와 다양한 문제 개선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검토 단계에 있으며,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후 입법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이와 관련해 백석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 겸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외래교수인 박정제 교수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편집자 주>

 

인터뷰 진행_한국산림기술인회 홍보팀

대담_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박정제 외래교수

 

◈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직책.

저는 현재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백석대학교의 보건학부 응급구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교수 생활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으며,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손상으로 죽어가는 과정에서 응급처치를 통해 환자를 살리게 하는 등 관련 학문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고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산림기술인회 외래교수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는.

먼저 개인적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자체가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경제 발전을 위해 압축 성장이 이뤄졌는데 성과주의로만 성장시키다 보니 안전과 근로자의 처우 부분에서는 상당히 취약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 책임자만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만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경영책임자를 구속시켜 처벌하면 해당 사업장에서 산재가 또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책임자의 처벌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좋지만 세부적으로 명확한 내용이 규정돼 있지 않아 제도상으로 허점이 많다는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산재 발생의 지표 및 통계를 살펴보면 모든 사업장에서 똑같은 빈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산재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건설과 임업 쪽이 취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50인 미만의 규모가 작은 사업체들은 안전관리사 및 관리감독자도 없을뿐더러 시스템적으로 상당히 부실한 부분이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안전보건관리사 및 현장관리감독관 배치 등 규정에 맞게 체계적으로 안전 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줄어드는 산재가 중소로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풍선효과라고 합니다.

 

중소 업체들에서 안전 관리 보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매출도 안 나오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주기 힘든 마당에 안전 관리까지 특별히 신경 써야 하니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사람보다 먼저인 것은 없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돈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합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조속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안을 개정해 시행해야 합니다.

 

 

◈ 근로자의 안전 보건 증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는 예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서 안내하는 산재 예방 매뉴얼을 살펴보면 매우 잘 돼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사업장에서 활용해 근로자들에게 안내해야 합니다.

 

예방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현재 응급의료 체계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119의 접근성이 좋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을 은폐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법적으로 산재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구급차를 안 부르고 회차 차에 태워 병원으로 가는 등 이런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예방은 잘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재 발생 후 사업장의 사후 조치가 매우 부실하고 시스템적으로 미흡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의 외래교수로 강의하면서 많은 사업장을 돌아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 사업장의 90%가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119를 부르는 방법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어찌저찌 구급차를 불렀더라도 산림 특성상 도착하기까지 20~3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때 적절한 응급처치를 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런 응급처치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사망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응급처치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관리자들부터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행정을 다루는 공무원 등 위에서부터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밑에까지 내려가 결국 근로자들의 안전 보건이 증진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회적 현상과 그 이유는. 

최근 안전보건 관련 학과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현장에서 응급처치할 사람이 필요하고 또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인력 보충을 위해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대표들은 중대법이 실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처벌을 기피하고 싶어서라도 근로자와 안전관리자를 뽑고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기마다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산재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도입해 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 궁극적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돼야 하는 교육은. 

강의를 많이 다니면서 현장의 근로자분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대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심각성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몇십 년간 현장에서 일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근로자분들도 있다 보니 안전교육의 필요성도 흐려지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내용이 딱딱하거나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안전예방 교육이 많다 보니 근로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효용이 없다고 판단해 교육의 효과가 감소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각 산업체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안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의사나 구급 대원이 아닌 현장에 있는 동료들이 직접 심폐소생술, 지혈법 등을 실시해 1차 처치를 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임업 및 산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습니다. 이분들이 갖고 있는 병력을 보면 기본적으로 고혈압과 당뇨가 많은데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산에 올라가기 전 미리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컨디션을 확인하고 간단한 문진 및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근로자의 건강 상태는 안전관리자가 체크하고 공유하도록 안내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합니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중대법과 같은 제도가 있다 한들 아무 의미가 없으며, 기둥 없는 지붕과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예방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젊은 인력을 보충하고 무엇보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근로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다치면 출혈과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119에 신고 후 구급 대원이 오기 전 골든타임을 벌어야 합니다. 아무런 응급처치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됩니다. 심폐소생술 및 지혈법을 사전에 배워 실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오늘 내가 건강하고 아무 일이 없어야 내일도 일하고 내년에도 일할 수 있습니다.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 인식을 갖고 소중한 내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안전해야 옆에 있는 동료도 안전하며, 사고 발생 시 결국 나를 지켜 줄 사람은 동료밖에 없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안전교육을 잘 받아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나아가 사고 없는 현장이 조성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