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사찰림 재해관리의 필요성

관** 2023-05-02 조회수 : 303

기후위기 사찰림 재해관리의 필요성

 

숲산사산림기술사 대표 정규원

 

최근 필자는 지리산 주변 실상사, 황악산 주변 직지사, 영천 은해사, 경주 남산 용문사 등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사찰림 관리에 대한 컨설팅과 향후 산림자원 이용 가능성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방문 사찰마다 필자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사찰 진입로 훼손, 계곡 토사 퇴적물과 훼손된 사방 공작물과 죽어가는 소나무다. 필자 전공이 산림재해 분야인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산림재해 요소만 보이는 것이 우습다. 그래도 산림 관리와 경영을 위한 기본이 산림재해 예방인 것은 분명하니 우스운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돌아본 사찰은 거의 주 계곡부에 위치한다. 부속 암자는 긴 산간도로를 따라 들어가 산등성이나 산복에 위치한다. 사찰 입지조건 때문에 산사태와 산불 위험성이 상시 존재한다. 최근 강화도 마니산에 산불이 발생해 1000년 사찰 정수사 산불을 막기 위한 방어선을 설치하고 대응한 사례가 있다. 2005년 최악 산불로 낙산사를 잃었다. 그 후 사찰 주변 산불방지를 위해 숲 가꾸기 사업을 실시했으나 지금은 여러 이유로 거의 중단된 상태다. 또한, 같은 해 전남 곡성 천년사찰 도림사 산사태 피해로 보물이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최근엔 2020년 8월 기록적인 강우로 전국 조계종 사찰 34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필자는 최근 방문한 사찰을 중심으로 산림재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원인과 발생 요인을 알아보고 대책을 논해 보고자 한다.

 

재해 위험 원인별 유형으로는 1유형) 계곡부 사찰 경우 사찰 부지 절토부 흙막이 구조물과 그 상부 산지 훼손에 따른 위험요소다. 주로 흙막이 상부에는 대형목들이 존치하고 있다. 대형목들은 가지치기가 안 돼 있고 흙막이 구조물 때문에 뿌리도 깊게 내릴 수 없는 구조다. 집중호우가 내리고 태풍이 오면 언제라도 건축물에 수목이 도복 될 위험성이 있다. 수목이 넘어지면서 상부 산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는 조건이다. 또한 흙막이 상부에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 배수가 원활하지 않을 때 등산로 성토부 붕괴가 일어날 수 있으며, 그 토사는 사찰 부지 흙막이를 넘어 사찰 건축물로 토사가 밀려들어 올 것이다.

 

영천 은해사, 김천 직지사, 귀정사 경우 1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흙막이 상부에 존치하는 수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거하거나 도복방지를 위한 지주목 등을 설치하고 적극적인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사면 위쪽 임내 도로, 등산로 등배수시설을 점검하고 물이 한쪽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유수 분산 공작물을 설치해야 한다.

 

전남 순천 송광사를 방문했을 때 법정 스님께서 17년간 머무르셨던 불일암에 간 적이 있다. 불일암 건물 뒤에도 아주 작은 돌로 흙막이를 해뒀다. 흙막이로 사용한 돌은 작은 조약돌 정도였지만 너무나 견고해 보였다. 또한 그 기능을 다 하고 있었다. 돌의 면들이 서로 다른 돌과 다 연결되고 겹쳐져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동시에 견고성까지 갖춰 스님께 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 불일암 흙막이 위에는 더 작은 돌로 단 쌓기를 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사면에는 큰 나무가 없고 초본류만 식재돼 있어 사면 침식방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용한 돌 재료가 가볍고 사방기술을 적용한 공법이라 기억에 남는다. 불일암 사례는 계곡부에 위치한 큰 사찰 부지와 도로 절토부 사면의 흙막이 설치와 사면관리에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산림재해 2유형)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사찰로서 큰 유역 하류 계곡부에 위치하고 있어 토석류 피해가 우려되는 사찰이다. 물론 예방 사방을 일부 실시한 사찰도 있지만 피해가 없으면 신규 예방공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부서와 재난부서 협의를 거쳐야 하고, 협의가 됐더라도 사찰 관계자는 사방사업이 부실하게 되면 사찰의 전통적인 경관을 해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계곡부 재해 관리를 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남원 귀정사, 김천 직지사가 대표적으로 대책이 시급한 사찰이다. 이 사찰들의 계곡부는 과거 벌채용 도로로 활용됐거나, 신축 건축물이 들어왔거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기존 계곡 통수단면적을 넘어 많은 토석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귀정사 경우 바람과 설해 피해를 입은 고사목과 도복목이 계곡부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것들이 집중호우 시 유목으로 기존 배수시설을 무력하게 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사찰 입구 계곡에는 이미 산사태 피해를 입어 계류보전사업을 했으나 위험요소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찰도 있다. 필자는 기 시공된 현장을 보니 위험요소를 모두 감안한 공법과 기술을 적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업예산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 추가 사업을 반대 했을 수도 있다. 기존 사방사업 공법과 재료 등이 전통사찰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 사찰관계자의 의견이다. 이렇게 지금의 사방사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산림분야 재해관련 단체와 기술자 잘못처럼 느껴지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사찰주변 산림재해요소는 여전이 많이 남아 있다. 경주 남산에도 남원 지리산에도 말이다.

 

2유형) 대책으로는 토석류 피해 위험성을 사찰 관리자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강우강도는 과거와 다르고 토석류에 의한 피해 규모 또한 대규모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전문 기술자가 현장 위험요소를 직접 가리키며 상세히 설명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이해하고 사업 시급성을 안다. 사찰림 유역에 있는 작업도, 임도, 숲길 등 정밀조사를 통한 절토부, 성토부 안정성을 검토하고 배수시설을 점검해 계통적인 유수 분산을 고려한 배수 시스템을 갖추는 유역관리 차원의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지금 위험지대 조사와 타당성 평가, 설계, 감리제도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산지사방을 시급하게 실시하는 것이 검토돼야 한다. 기존 여러 개 배수관을 모아 설치한 세월교 구조물은 물넘이 구조물로 변경해 유목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유역 내 작은 수계까지 조사한 후 하상이 침식됐거나, 계곡부 붕괴로 산각이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주계곡부에는 토석류 제어 사방댐을 설치해야 한다. 사찰 건물 주변 작은 계곡도 골막이를 설치하고 계류보전사업을 해야 한다.

 

3유형) 산림재해는 산불과 병해충방제가 필요한 사찰이다. 많은 사찰이 건축물보호를 위해 주변 산림을 제거하고 내화수림대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사찰림의 주변 나무들은 생육밀도가 높고, 소나무 단순림이며 빛이 들어오지 않아 하층 나무들도 없으며 낙엽층만 발달돼 있는 곳이 많다. 산불과 병해충에 취약한 산림 구조다. 간벌이 필요하다. 또한 간벌 산물은 하산해 이용하고 낙엽층은 얕게 관리해야 한다.

 

사찰 주변의 임분 관리는 산불과 산사태의 예방에도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건축물과 산림은 이격거리를 두도록 수목 제거작업이 필요하다. 제거작업이 불가한 지역은 수하식재를 통한 내화력이 강한 관목, 아관목 등의 수목을 식재하여 산불을 제어해야 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대응도 시급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사찰 주변까지 확산된 것을 봤다. 그리고 산림 내에는 고사목과 풍도목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천 은해사. 남원 귀정사, 김천 직지사 등 진입로에 고사목과 산불피해목, 쇠약목 등이 보였다. 또한 사찰에서는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서 사찰 주변에 이미 고목이 된 소나무에 2년마다 수간주사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나무에 지속적인 천공을 하는 것은 분명 수목 생육에 좋지 않을 것이다. 사찰림 경우 기본적인 예찰과 피해목 벌목이 중요하다. 예방 차원에서 사찰림 건전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수목 크기를 감안한 적정 밀도관리로 고사목, 쇠약목 등 제거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바람과 눈에 의한 훼손된 가지와 도복 된 나무를 철저히 제거하고, 특히 사찰 주연료인 땔감용 소나무 반입에 유의해야 한다.

 

산림재해관리로 벌목되고 수집된 목재와 낙엽층, 부산물 등은 사찰 내에서 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찰의 관리 산림이 소규모일 때는 지역의 몇 개 사찰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산림자원수집센터의 설치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찰의 휴경지와 나대지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사찰에 많은 스님들이 상주하지 않는다. 또한 관광객과 신도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사찰 주변의 산비탈의 계단식 휴경지와 미활용 건축물이 많다. 이러한 곳에 재해 유발요소가 많다. 배수로 정비, 돌담 붕괴, 진입로 훼손 등의 재해유발 요소들에 대관리가 필요하다.

 

사찰림을 보전만 하고 방치하는 것은 시대적 여건에 반하는 것이다. 사찰림 재해 관리를 위해서라도 적합한 산림 관리와 경영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사찰림 관리를 통한 목재이용, 소득사업과 휴양, 체험사업이 필요한 시대다. 적극적인 사찰림 유역관리를 통한 재해예방은 사찰림 경영 기본이라 할 것이다. 기존 산림재해 정책에서 지역 사찰 재해위험성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실시하고, 재해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조계종과 산림청의 형식적인 협약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산림재해 관리를 지역 전문 기술업체를 통한 세심한 산림재해 예방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